성남점집 보다 시원했던 용화암
3년 정도 짝사랑한
사람이 있는데 고백할
타이밍을 놓쳐서 끝없이
가슴 앓이만 하는 중이었어요.
제가 망설이는 동안
그 사람은 여자친구도
여러 명 사귀었고 전
그 모습을 곁에서 늘
지켜보며 마음 아파했죠.
결국 나는 저 사람의
인연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주말에 친구들 만나면
받게 되는 청첩장에 괜히
가슴은 더 시렸답니다..
더는 이대로 있을 수
없겠단 생각에 성남점집
찾아가려고 알아봤는데
일산에도 신당이 있더군요.
용화암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차 타고 일산까지는
생각보다 금방이라서
예약하고 친구 한 명이랑
동행했는데 가는 길 내내
마음이 조금은 무거웠네요.
솔직히 내가 포기하면
그뿐인 관계를 지금까지
끌어온 나 자신도 답답했고
그게 모자라 신점까지
보러 가는 제가 초라했어요.
함께 가준 친구라도
있어서 다행이었지 진짜
착잡한 마음이었습니다..
신당에 동행한 친구는
원래 성남점집에 저랑
같이 가려고 했었거든요.
오래전부터 신점에
관심이 많은 편이어서
통하는 구석이 좀 있죠.
주차하고 예약한 시간에
신당으로 들어섰는데
전에 한번 와본 적이
있는 것처럼 내부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익숙했어요.
우선 제 이름을 알려드렸고
아직 미혼이라 결혼할
시기가 궁금해서 찾아왔다고
하니 마음속에 점찍어둔
사람이 있지 않느냐면서
제 정곡을 찌르는 거예요.
표정 관리를 한다고는
했지만 분명히 얼굴부터
귀까지 빨개지는 기분이
들었는데 보살님은 짝사랑이
오래된 것까지 맞췄어요.
심지어 그 사람과 제가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도 동갑이란
것도 전부 알고 있었네요.
성남점집에 같이 가려고
했었던 친구는 옆에서
저보다 더 리액션이 컸어요.
나중엔 자기 일처럼 되게
보살님의 말에 몰두했지요.
전 왠지 민망한 감정이
크게 들어 한동안 보살님
말이 귀에 잘 들리지가
않았는데 갑작스러운
한마디가 정신을 들게 했죠.
둘 다 바보같이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해
시간만 끌고 있다는 거예요.
순간 잘못 들은 것 같아
네? 하고 되물었고 잠시
생각에 잠긴 것 같았던
보살님은 말을 이어갔어요.
상대도 오랜 시간 저를
눈여겨보고 있었고 마음에
담아두고 있으니 용기를
내 감정을 표현해 보라는
조언도 자세하게 해줬죠.
남자 성향이 워낙에
활동적이고 외향적이라
주변에 사람들이 많다고
이대로 마음을 숨기는 걸
계속했다가는 결국 좋은
인연을 놓치게 될 거래요.
같은 직장에서 하루에도
여러 번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관계이기에 어쩌면
더 신중하고 싶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마침 제게 내년쯤 결혼까지
이어질 운이 들어온다며
그 사람과 결혼하게 되면
자식복도 쫓아오니까 꼭
잡으라고 당부도 해줬네요.
저한테 마음이 있으면
남자답게 말을 할 일이지
왜 다른 사람을 사귀면서
시간만 끈 걸까 왠지 모르게
화도 났지만 긴 짝사랑을
끝낼 수도 있겠다는 설렘이
그보다 더 컸던 거 같아요.
당장이라도 접어야 마땅한
마음이 접히질 않아서
호된 질책이라도 해줄까
싶어 찾아갔던 신당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은 후
한동안 마음이 심란했어요.
신당을 나와서도 친구가
밥 먹고 가자는 제안을
했지만 설렘, 그리고
복잡한 심정들이 저를
휘감고 있는 것 같아서
바로 집으로 돌아왔네요.
그날 일산으로 차를
몰지 않고 성남점집으로
갔었어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까 과연 그 말들은
사실일까 싶어 2주 넘게
계속 고민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아니면 말고라는
심정으로 고백하기로 했죠.
보살님의 말만 듣고서
결심한 거라 도박 같았지만
왠지 모르는 강렬한 힘이
저를 이끄는 것 같았어요.
적당한 타이밍을 잡고
고백을 했는데 보살님의
말은 현실에서 일어났어요.
한동안 말이 없던 그
사람이 신중하게 꺼낸
말은 자기 역시 오랜 시간
나를 마음에 담아 왔는데
괜히 섣부르게 다가갔다가
좋은 동료도 잃고 직장
내에서도 불편해질까 봐
내내 숨기고 있었대요.
더군다나 제가 자기한테
이성의 감정이 없다는
확신이 들어서 더 그랬다고
그 말을 듣는데 보살님의
얼굴이 머릿속을 강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듯했죠.
마치 인생의 중요한
하이라이트를 신점을
통해 알게 됐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까지 나더라고요.
살면서 이렇게 벅찼던
순간은 없었던 거 같아요.
후로 저희는 오랜 시간
돌고 돌아 연인이 됐어요.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을
시작했고 얼마 전에는 양가
부모님께 인사도 드렸네요.
누군가 듣기엔 영화 같은
이야기겠지만 저한테는
힘든 시간을 끝낼 수
있었던 담담한 마침표이자
놓칠 뻔했던 사람과의
연을 붙잡은 기회였습니다.
아마 보살님이 제게
그 사람의 속마음을
말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전 펑펑 울고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면서
감정을 정리했을 거예요.
그리곤 그 사람과 저
모두 바보처럼 서로를
놓치고 살아갔을 테고요.
3년이라는 시간은 결국
짝사랑이 아니라 서로에게
주어진 기회의 시간이었단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신점에
대한 믿음이 더 커졌어요.
그날 신점 보러 같이
갔던 친구도 제 스토리
함께 지켜보면서 고민이
생기면 꼭 일산부터 찾아요.
살면서 용하다는 말을
입에 담아본 적이 없는데
일산 보살님은 용하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성남점집도 워낙 유명해
많이 찾아보실 테지만
일산도 서울에서 가깝고
제 소중한 인연을 찾아준
용한 점집이라 공유했어요.
꼭 풀고 싶은 고민이
있다면 해답은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한번
가셔서 무속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시기를..
꽁꽁 묶여 있던 마음이
탁하고 풀리는 걸 누구보다
생생하게 경험하고 나니까
저도 앞으로 신당에 자주
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용화암
일산신점 용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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