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점집만큼 용한 신점 본 후기
결혼한 지 10년 만에
어렵게 품엔 안은 아들이
언제 이렇게 장성했는지
세월이 참 빠른 것 같아요.
일 욕심이 워낙 많은
애라 결혼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통 알 수가 없어
요새 부쩍 답답했습니다.
낼모레 벌써 마흔 줄인데
저러고 있다가 나중에
혼자 늙어갈까 봐 걱정
많은 엄마는 속이 타네요..
마음이 답답할 때면
가끔 김포점집으로 신점을
보러 가곤 하는데 최근엔
친하게 지내는 언니 하나가
점집 하나를 알려주더군요.
용화암이라는 신당인데
언니가 사는 일산 근처라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만나서 얘기 좀 나누다가
함께 점 보러 갈 요량으로
어렵게 예약부터 했네요.
한국무속신문사에서
모범무속인으로 선정이
된 분이 있는 곳이라는
말에 왠지 궁금하더라고요.
신점을 꽤 보러 다녀본
사람으로서 무속인마다
풍기는 분위기나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데 어떤 덴
왠지 모르게 점 보는 내내
불편한 기분이 들곤 해요.
근데 여긴 신당에 딱
도착했을 때부터 묘하게
마음이 안정되는 듯했고
처음 마주한 무속인 역시
부담스럽지 않아 좋았네요.
음식 하나도 허투루
먹지 않는 언니라서 역시
신당 하나도 제대로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속인은 제게 얼굴과
마음에 그늘이 짙다면서
본인 문제가 아니라 자식
문제로 오지 않았느냐고
먼저 운을 떼더라고요.
솔직히 아직 어떤 말도
꺼내지 않은 상태였기에
놀랍긴 했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아들이 언제쯤
결혼을 하는지 궁금하다고
무속인에게 물어보았어요.
김포점집도 그렇지만
신점은 고민거리를 다소
자세하게 이야기하거나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
등을 디테일하게 알려주지
않아도 되기에 무속인에겐
아들의 이름만 알려줬습니다.
무속인이 아들의 앞날을
점치는 동안 괜한 긴장감에
애꿎은 손가락만 만지면서
한동안 애타게 기다렸네요.
그런데 무속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어요.
아들이 현재 아주 오래
만난 연인이 있다는 거예요.
아들이 따로 산다면
제가 모를 수도 있지만
한집에서 같이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데 아들의
연애도 모를까 싶어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저 웃음밖에 안 났어요.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있으니
무속인이 아마 저도 알고
있는 사람일 거라면서
더욱 놀라운 소리를 했죠.
같이 간 언니는 제 손을
잡으며 잘된 일이라고
말했지만 전 너무 얼떨떨해
한동안 말도 안 나왔네요.
아주 짧은 시간 머리를
굴려봤지만 도통 아들의
주변엔 아무도 없다는
결론밖에는 나질 않았어요.
무속인은 아들이 굉장히
신중한 성격인 데다가
아마 몇 번 이별의 아픈
상처를 겪어서 더욱더
연애 사실을 알리지 않고
숨겨왔을 거라고 말했어요.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그간 몇 번의 이별까지
겪었다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었음에도 왠지 제
가슴이 다 두근거렸습니다.
무속인은 오늘 알게 된
사실을 먼저 내색하지
말고 아들이 곧 이야기를
꺼낼 테니 저더러 참고
기다려보라고 조언해 줬어요.
아들 사주에 내년쯤
결혼 운이 들어온다는
말도 함께해 주었어요.
언니가 아니었다면 늘
가던 김포점집에 가서
늘 비슷한 이야기만 듣고
왔을지도 모르는데 뜻밖의
소식을 접하니 그동안
너무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는 걸 깨달았네요.
저도 모르게 아들이
만나고 있는 상대가
궁금해져서 무속인에게
좋은 사람인지 물어봤는데
아들이 눈이 굉장히 높아
아마 만나는 상대로 제
마음에 들 거라고 했어요.
만나본 적 없지만 왠지
눈앞에 아들의 여자친구가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도
잠시 들었던 것 같습니다.
무속인은 아들의 독립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는데
아들이 성정이 워낙 착해서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에
독립을 못하고 있을 테니 제가
강하게 독립을 시키라네요.
그동안엔 독립할 마음이
없어 보였는데 속마음이
그랬다니 아들에게 내심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죠.
신점 보고 온 후 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아들의
독립을 추진하는 일이었어요.
신랑은 지금 이 나이 먹도록
아들 바보라 서운해했지만
이미 전 마음의 결정을 한
후라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아들도 처음엔 한사코
안 나가겠다고 하다가 제가
완강하게 쫓아내듯 말하니
순순히 독립에 응하더군요.
부모의 품에서 떠날
시기가 지났는데 괜히
붙잡고 있었던 것 같아서
많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부모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연애도
결혼에 대한 마음까지도
꽁꽁 숨겨온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네요.
그리고 얼마 전에는
무속인이 말했던 놀라운
그 사실을 결국 아들의
입에서 듣고 말았습니다.
독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래 만나온 사람이
있는데 엄마 아빠한테 한번
소개해 주고 싶다고 했어요.
전화 통화였지만 마음이
울컥해 눈시울이 빨개졌는데
남편도 덩달아 울먹했네요.
그간 김포점집에만
자주 가서 다른 신당에
갈 생각조차 못 했는데
언니 덕에 용한 신점을
보는 무속인도 알게 됐고
결국 고민거리까지 모두
해결된 것 같아 너무 좋아요.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조만간
한번 다 같이 식사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는데 주책맞게
벌써부터 너무 떨립니다..
그날 신당에 다녀와서
무속인이 했던 말이 자꾸
떠오르고 아들한테 묻고
싶어 입이 간질거렸지만
꾹 참길 진짜 잘한 듯해요.
괜히 부정 탈까 신랑한테도
숨기다가 신당에 다녀온
사실도 최근에 말했거든요.
고민이라는 게 남들에겐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나한텐 더없이 중요한
문제인 경우가 많잖아요.
괜히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
잠 못 이루거나 혼자서만
끙끙거렸는데 앞으로는
바로 신점 보러 가려고요.
김포점집도 물론 신점으로
유명하지만 일산에서
경험한 그날의 기억은
제 평생 못 잊을 듯해요.
용화암
일산신점 용화암
xn--xe5bjy275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