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센터에서 바람펴? 용한 점집
인생이라는 게 한치 앞을 알 수가 없고
좋은 날도 있지만 온갖 역경과 고난이
끊임없이 펼쳐 지는 것 같아요.
새옹지마라는 말 그대로
행복과 불행이 오가고 있으니
그럴 때마다 저는 점짐에서 조언을 구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속이려고 작정을 하면
진실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어려운데
그럴 때는 신점을 통해 크고 작은 힌트를 얻고
지혜롭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게 좋죠.
아무것도 몰라 먹구름 속에 갇힌 것보다
당연히 맑고 깨끗한 하늘 아래에 있는 게
훨씬 살아나가기가 수월하잖아요.
저한테는 3년을 만난 남자친구가 있는데요.
둘 다 나이도 혼기가 꽉 찬 30대 중반이고
서로 믿고 의지하며 잘 만나왔기에
집안 어른들도 내년에는 식을 올리라고 하셨어요.
이미 양가 부모님께 소개한 것은 물론이고
지인들도 교제하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둘이서 크게 다툰 적도 없어서
당연히 결혼은 지금 남친이랑 하겠구나
저도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어요.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지만
곧 날짜 잡고 슬슬 해야지 생각은 품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제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을 한건지
사람을 너무나 믿어버린건지
탄탄대로를 걷는 것 같았던 우리에게도
커다란 위기가 닥쳤답니다.
접대와 회식이 많아 술자리가 잦아
나이를 먹으니 뱃살이 생긴다면서
스스로 건강 관리를 위해 헬스에 다니는 남친.
저는 허약체질에 마른 편이고
운동에 별로 흥미가 없어서 같이 다니자는 말에
그냥 쉬겠다고 혼자만 다니라고 보낸 게 화근이었어요.
제가 보기에는 자기 관리 하겠다고 하니까
기특하기도 하고 몸짱이 되겠다며 목표를 세우는 게
그저 멋져 보이기만 했어요.
그런데 PT를 해주는 여자쌤과 친하게 지내더니
둘이서 등산이라는 똑같은 취미가 있다고
식사도 같이 하고 가깝게 지내더라고요.
코드가 잘 맞는다며 저랑 있을 때도
자꾸 말을 하고 자랑을 하길래
설마 스포츠센터에서 바람펴? 나한테 걸리면 어쩌려고?
의심이 들기는 했지만 내가 유난이겠거니 넘어갔어요.
여자들에게는 제 5의 감각이라고 불리는
촉이라는 게 있잖아요.
뭔가 꺼림찍하고 찝찝하다는 촉은 있었지만
내가 같이 다녀주는 것도 아닌데
일일이 간섭하고 잔소리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알아서 하겠지 냅뒀어요.
그런데 사주를 맞춰보려고
엄마가 매년 다니시는 용화암에 가서
나랑 남자친구의 궁합을 넣어봤는데요.
보살님이 우선 성격에 대해 쫘악 알려 주셨는데
기가 막히게 잘 맞아서 소름이 돋았어요.
저랑은 이야기를 나눴으니 파악이 되었다고 쳐도
교제하는 남자랑은 만난 적도 없으신데
말하는 족족 거울로 훤히 들여다 본 것처럼
딱딱 들어 맞더라고요.
알아서 척척 하는 사람이지만 숨기는 게 많고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 하나하나 말하지 않아서
비밀이 많은 남자라면서 이런 건 경계를 해야한대요.
저는 또 무심한 성격이고 시시콜콜 따지지를 않으니
둘이 만나면 백프로 바람이 나서 헤어진다면서
꿈에라도 같이 살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순간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처럼
눈앞이 하얘지고 충격이 찾아왔어요.
왜냐하면 식 올릴 생각으로 궁합 보러 왔는데
둘이서 안 맞는다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겉으로는 덤덤하고 괜찮고 쿨한 척 하지만
내면은 외로움을 타고 칭찬 받고 싶어하는 남자에게
무심한 제 성격이 안 맞는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혹시 스포츠센터에서 바람펴?
이런 의심을 제가 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여쭤보니까
맞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그 여자랑도 금방 헤어질 거고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나 마음고생을 또 할테니
둘이는 갈라 서는 게 맞다고 하셨어요.
용화암 선생님은 그냥 사주팔자만 알려 주시는 게 아니라
제 얘기도 들어봐주시고 상담을 해주시니
고민이 해결되는 느낌이고 위로까지 받았어요.
다른 곳은 문제가 있으면 부적을 쓰라고만 하는데
선생님은 답답한 생각을 정확히 짚어주시니까
속이 다 시원했어요.
그냥 점풀이만 듣는 게 아니라
인생 전반에 대한 어드바이스를 구한 느낌이었어요.
둘이서 속궁합도 맞지 않아
오래 갈 인연이 아니라고 하시는데
이런 건 진짜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이것까지 족집게처럼 맞추시는 용화암 선생님의 신기에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어요.
다녀와서 바로 오빠에게 만나자고 했어요.
제가 대놓고 스포츠센터에서 바람펴?
앞뒤 따지지도 않고 돌직구를 날리며 물어보니까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아니라고 잡아 떼더라고요.
당연히 부정할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누가 봐도 이런 저런 핑계에 앞뒤말이 맞지 않는
경황없는 소리만 늘어 놓으니까 맞구나 확신이 들었어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이 사람에 대해
이렇게 아는 게 없었구나, 허울뿐인 관계였구나 생각하니
고작 운동하러 간 스포츠센터에서 바람펴?
이런 유혹에도 넘어갈 인간이면
앞으로 얼마나 삶에 시련이 찾아올지
괘씸하고 원망스러웠어요.
그래서 이별을 먼저 통보했어요.
이미 내 신뢰와 믿음이 깨졌는데
더 만나고 서로 노력을 한들 잘 될 거 같지가 않았어요.
원장선생님 말로도 저는 묵묵하고 꾸준하게
앞을 향해 달려가는 성격인데
한 번 아니면 아예 아니고
그릇이 깨지면 다시 제 모습을 찾을 수 없는 것처럼
결단을 내리면 번복하지 않는 타입이라고 하셨는데
진짜 제가 하는 모든 일이 그렇더라고요.
몇달 후 친구들에게서 들은 그의 소식은
역시나 스포스센터에서 바람펴? 생각했던 내 예상이 맞았어요.
PT선생님과 사귄다길래 둘이 만나봤자
또다시 새로운 스캔들로 안 좋게 헤어질 게 뻔하니
아웃오브안중이라며 관심을 끄기로 했어요.
저도 그 사이에 한 번 더 점을 봤는데요.
연말에 귀인이 나타나 좋은 짝으로 이어진다고 하니
여유가 생기고 든든해졌어요.
만약 아무것도 모르고 예전의 연인만 잡고 있었으면
배신감과 분노에 휩싸일뻔했죠.
그럼 다시는 연애를 하기 싫을수도 있고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못하게 되잖아요.
내가 피해자인데 왜 내가 움츠러 들고 겁을 내고
부정적으로 바뀌어야 하는지
미리 알아서 너무 너무 다행이에요.
여러분들도 인생에 고민이 있다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용한 점집에서 도움을 받아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