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사별이후 나에게로 온 유부남 쉽지 않은 결정했어요.
저도 올해로 나이가 벌써 55세가 넘어
가네요. 38세에 남편 먼저 보내고 혼자
살아오면서 연애를 하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사람이 인생을
살다보면 오고 가며 만나게 되는 여러
인연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다시
없을 사랑이 찾아온 것 같았습니다.
20년 가까이 잊고 있었던 연애 감정이
본능처럼 살아나던 순간이 다시 오기는
하더라구요. 어릴적 뭣도 모르는 상황에
남편과 맞선을 보고 6개월만에 결혼을
했었어요. 그 이후로 사랑도 많이
받았고 따뜻하고 인성 좋은 사람을
만나서 저에게는 꿈만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남편을 뒤로 하고 어떤 남자도
만나고 싶지 않았어요. 우연한 계기로
거래서에서 저희 가게에 물건을 납품
해주는 사장님이 계시는데 한번 만나
보라고 대뜸 연락처를 주시더군요..
그러면서 그 분이 너무 원하셔서 제
연락처를 어쩔 수 없이 알려주셨다는
말씀도 덫붙이시더라구요. 처음에는
무슨 50대가 넘은 나같은 여자를
마음에 들어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어서 전혀 믿지 않았습니다. 그 주
주말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습니다.
나쁜 의심은 접어두고 점심을 먹자는
데이트 신청이었어요.
직접 통화를 해보니 의외로 차분하시고
다정한 말투 덕분에 신뢰가 가기 시작
했습니다. 그래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만나서 데이트 같은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 뒤로도 자주 만났고 인생에서 정말
좋은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3개월 정도 만나면서 정이 쌓이기 시작
했고 제 마음도 열리기 시작했답니다.
정식으로 교제를 하기로 약속을 했고
6개월이 넘어갈때쯤에는 재혼 이야기까지
하게 될 정도로 사이가 깊어졌습니다.
그때까지도 저는 그 사람의 주변 친구나
지인, 가족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어요.
노총각이라고 소개를 했고 계속 일만
하면서 어머님을 부양하다보니 나이만
먹었다는 말을 바보같이 믿었습니다.
제 지인들과 식사를 하고 나서 자주
가는 용화암에 들렀어요. 제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때나 어려움에
처해있을때 항상 힘이 되어주었던
곳이라서 1년에 2번 정도는 오게되는
것 같아요. 방문 예약을 하고 오랜만에
방문했습니다. 다 그대로였고 고향에
온것같이 마음이 편해졌어요. 원래
편안하게 해주는 분위기가 좀
있거든요.
이번에 연애를 시작했는데 재혼까지도
생각을 하고 있다며 제 이야기를 시작
했습니다. 대뜸 '"여자가 있는데 어떻게
재혼을 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 말에
정말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한번 부부의 운을 맺었고 그 여자와는
지금도 아주 깊고 가까운 사이라는
말을 듣고 정말 충격을 금치 못했어요.
남편의 사별이후 나에게로 온 유부남과
재혼까지 생각했던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더라구요. 아무리 지금까지
용하게 잘 맞췄다고 해도 이번만큼은
잘못된 사실이길 바랬습니다.
그 분에게 아이가 2명이 있는데 저에게
연애를 하자고 꼬신 이유가 저와 동업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욕심에 사기
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는것 같다고
귀뜸해주셨어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어요. 생각해보니 그동안 제가
다른 거래처와 일을 하던걸 모두
그 남자가 사장으로 있는 그 업체로
모두 물량을 넘겨줬었고 그만큼
현재 매출도 많이 늘어난 상태입니다.
청천벽력같이 느껴지고 배신감에
어쩔줄을 몰랐습니다. 용화암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제 이야기도
하며 어느정도 마음을 다스리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그 날 바로 그 남자한테 전화를 했어요.
결국 현장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 한번
확인하고 싶다며 운을 뗐습니다.
절대적으로 못 준다는 말을 계속
해왔어요. 아무래도 서류로 확인하는게
확실하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제안을
했어요. 딱 잡아떼면서 안된다는걸
보고 여자의 육감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용화암에서 들은 말이
사실이라는걸요. 이후에 다른 업체
담당자 중에 잘 아는 사람이 있어서
물어봤어요.
이혼 준비중이라고는 들었는데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는 모른다는 사실도
추가로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유부남이
맞았어요. 이 나이 먹고 사람보는 눈도
없었던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모든 자존감이 다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용당했다는 사실에
느낀 배신감은 말로 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그래도 덕분에
더 농락당하고 피해가 더 커질뻔
했었는데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네요. 제 인생에
먼저 보낸 남편이 유일한 부부의 연
이었다는 걸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도 인생에 다시 못 해볼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잘 정리했어요. 지금은
업무 때문에 가끔 마주치기는 하지만
별 불편함없이 모르는 사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저와 관계되어있는
모든 부분에서는 거래를 끊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서로 말을 할 이유가
전혀 없어지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이 기억을 떠올리면 아찔할 정도에요.
그때 만약에 용화암에 가지 않았다면
지금 저는 얼마나 피폐한 상황일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네요. 여러분들도
혹시나 인생의 기로에서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계시거나 의심가는 것들이
있다면 편안하게 찾아가서 조언받아
보세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를 범할뻔 했던 상황에서
구해줬네요. 그 전에 가게를 차릴 때도
도움을 받았었고 2호점을 낼 때도
고민만 하고 있다가 용기를 얻게
해주기도 했었거든요. 사실 이번일은
입에 다시는 담고 싶지도 않고 잊고만
싶어요. 덕분에 사람을 더 못 믿게
되기는 했지만 좋은 것만 생각하려고
긍정적으로 지내고 있답니다.
전화 예약은 꼭 하고 가셔야해요.
용하다고 요즘에는 입소문이 많이
나버려서 손님이 많아졌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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