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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신점 용화암 실패에서 용기를 얻었어요!
2022년에는 다섯 번째 공시를
실패하고 이제 더는 가망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공무원 시험에 매달렸는데
5년째 합격은커녕 1차 합격의
문도 넘지 못한 상태예요.
수능 점수가 못 나온 것도
아니고 대학도 인서울 4년제에
단번에 합격할 정도로 나름
성실하게 공부를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공시에서만 번번이
실패를 하는 것 같네요.
이쯤되니까 공무원은 제 길이
아니라는 신의 뜻이 아닌지
의심스러워지더라고요.
그 말을 전했더니 친구가
제게 전화신점 용화암을
소개시켜주더라고요.
그 친구는 젊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가 금세 이혼하고
한동안 술에 빠져 살았어요.
그때 도움을 받은 곳이 바로
전화신점 용화암이라고 했어요.
저는 원래 점이나 사주 같은
걸 믿지 않는 편이에요.
그래서 남자친구가 궁합을
보러 가자고 해도 늘 시큰둥한
대꾸를 했었죠.
어차피 잘 맞지 않기도 했고
점이라는 건 그럴듯한 거짓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 점집이나 철학관에
내는 돈이 아깝게 느껴졌죠.
그래서 처음에는 그 친구가
소개시켜준 점집에 대한 얘기도
대충 흘려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공시 불합 소식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가 일을
하다가 다쳤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에 달려가야 했어요.
엄마는 제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에 연세가 꽤
있으신 편인데도 불구하고
공장에 나가서 일을 하셨어요.
그러다가 기계에 손을 다치신
거예요.
얘기를 들어보니까 엄마가
평소에는 그렇게 실수를 하는
사람이 아닌데 그날따라 많이
피곤해하셨다고 해요.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제가
공시 불합격 소식을 전하지
않았는데도 잘 안 된 것을
알고 엄마가 공장일뿐만 아니라
다른 부업까지도 저 몰래
하시느라 과로가 왔대요.
매번 공시 합격해서 엄마
호강시켜주겠다는 말만 하고
정작 저 공부 시키겠다고 밖에
나가 일하시는 엄마를 집에서
쉬게 할 생각을 한 번도
못했다니...
공시에서는 불합격을 하고
엄마까지 병원 신세를 지게
되니까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엄마는 괜찮으니까 일단 가서
공부를 하라고 말은 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계속해서 공시 공부를
하는 게 욕심이 아닐까?
이제라도 공부는 그만 두고
돈이라도 버는 게 맞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에요.
하지만 공무원은 제가 정말
바라고 바랐던 일이었어요.
저희 집은 어릴 적부터 그리
안정적이지 않았거든요.
아빠가 일찍 돌아가신 뒤에
엄마가 저를 혼자 키우느라
돈이 되고,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마다하지 않고 일하러
나가셨어요.
하지만 그런 곳의 종사자들은
경제 사정에 따라 잘리거나
나이와 능력에 따라서 교체되며
불안정한 삶을 살아야 했죠.
엄마는 회사에서 잘린 날에도
슬퍼할 겨를 없이 다른 일터를
찾아 떠나야 했어요.
제가 학교를 다녀야만 했으니까요.
그 모습을 보고 자란 저는
나중에 자라서 어른이 되면
반드시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겠노라고 다짐했어요.
제 주위 동기들 중에는 유명
대기업에 취직을 해서 초봉도
또래에 비해 많이 받으면서
제 삶을 꾸려나가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저도 어쩌면 졸업과 동시에
취업 준비를 했다면 이미
그런 삶을 누리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가끔은 부러움을 느꼈지만
그래도 저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대기업보다는 평생
일할 수 있는 공기업에 다니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어요.
다른 친구들이 첫 월급을
타서 비싼 호텔에서 호캉스를
보내는 모습을 보고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어디에 있겠어요?
스스로 저를 다스리기 어렵다
판단한 저는 결국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비활성화 하고
주변 사람들과 완전히 단절된
채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대학 동기들과는
완전히 연락이 끊겼고, 이제
와서 취직을 해보려고 하니
이미 오랜 시간이 흘러서
나이가 많이 들어버렸죠.
친구들은 이미 진급을 했고
저처럼 경력은 없으면서
나이가 많은 취준생은 이제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마음이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공부를 계속 하려면 앞으로도
엄마의 등골을 빼먹어야 하고
이제 와 공부를 그만 두면
봉급도 낮고 안정적이지도 않은
직장에 다녀야 했죠.
이 딜레마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어요.
그때 전화신점 용화암이
떠올랐어요.
이른 결혼의 쓴맛을 본 친구는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종종
이곳에 찾아가서 고통을
토로하고 온다고 해요.
그러면 마음의 응어리가 싹
내려가는 기분이라더라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점을
믿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가기로 결심했어요.
친구로부터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연락을 드렸어요.
예약을 잡으려고 했는데 워낙
유명한 곳이라서 그런지 제가
원하는 날짜에 정확하게 맞춰서
뵙기가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병원에 계신 엄마를
두고 제가 자주 자리를 비울
수는 없는 일이라 사정을 했더니
선생님께서 최대한 제 시간에
맞춰서 진행을 해주시겠다고
말씀하셨어요.
덕분에 지방에서 일하던 남동생이
잠시 월차를 내고 올라와서
엄마를 보살피는 동안에 이곳에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답니다.
제가 점집에 대한 편견을 조금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화려하고 요란한 분위기인 방에
말투가 사나운 선생님이 눈을
부릅뜨고 앉아계신 거였어요.
그래서 들어가기 전에도 잔뜩
긴장을 한 상태였답니다.
그런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니
제가 생각했던 그런 어려운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어요.
내부는 아늑하면서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꾸며져 있었고요.
가장 걱정했던 선생님 또한
굉장히 친절하고 차분한 말씨로
저를 맞아주셨답니다.
자리에 앉아서 생년월일이랑
이름이랑 태어난 시간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것만 말씀드렸을 뿐인데
선생님께서 제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꿰고 계시는 거예요.
제가 중요한 시험에 번번이
떨어지는 것에서부터 가까운
사람이 최근에 다친 것까지
알고 계시더라고요.
특히나 제가 그 시험 문제로
전화신점 용화암에 찾아왔다는
것까지 알고 계셔서 뒤로
까무러칠 뻔했어요.
점이라는 걸 믿지 않고 내내
마음에 벽을 치고 있었던 저는
그때부터 선생님께 제 이야기를
하나둘 털어놓기 시작했어요.
몇 번이나 공시에 실패한
이야기와 왜 그렇게까지
공시에 매달리는지, 그리고
왜 여태껏 포기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렸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엄마 얘기가 나오게 되었고
엄마가 저를 어떻게 키우셨는지
그래서 어떻게 보답하고 싶은지
주절주절 늘어놓게 되더라고요.
또 엄마가 아프기 전까지는
제가 하는 일에 늘 확신이
있었는데 이제는 엄마를 아프게
하면서까지 계속해도 되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도 말씀을
드렸어요.
그런 진지한 얘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오랫동안 눈물을 참아서 그런지
한 번 터지기 시작하니까 좀처럼
멈추지 않았어요.
결혼 문제로 고생을 했던 친구가
제게는 가장 가까운 친구였는데
그 친구한테도 털어놓지 못한
얘기들을 선생님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하게 되었어요.
아마 그 친구도 저에게는 말하지
못한 속사정을 선생님께 전부
털어놓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생님은 제가 울먹이며 얘기를
끝마칠 때까지 저를 제지하거나
말을 끊지 않으시고 끝까지
저의 설움을 다 받아주셨어요.
이야기를 끝마친 뒤에는 제게
눈물을 닦을 휴지를 건네시며
제가 지금 겪는 일들은 어쩌면
더 늦은 나이에 겪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고 하셨어요.
제가 너무 이른 나이에 어른이
되어버린 탓에 늦은 때에
봐도 되는 것을 일찍이 아느라
고생을 한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여태껏
어느 누가 제 삶을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바라봐준 적이 없었단
사실을 깨달았어요.
선생님께서는 제가 나이가 든
뒤에 겪어야 할 일을 일찍이
겪게 되었으니 곧 보상 받을
날이 올 거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나니까 정말
그렇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스스로 점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
말하고 다닌 적이 없었다는 듯
전화신점 용화암 선생님께
연신 감사 인사를 드린 뒤에
점집을 빠져나왔어요.
그날 선생님께 들은 말은 아직
제 마음 속에 고이 담겨 있고
그 말씀을 떠올리면 불안한
기분이 들다가도 이내 마음이
따뜻해지곤 해요.
저처럼 악재가 겹쳐서 일어나는
바람에 홀로 걸어나갈 힘을
잃어버리신 분들께 이곳
전화신점 용화암에 들려보실
것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단순히 신을 통해서 저의
앞날을 점쳐보는 것이 아니라
제 마음과 깊은 속내를 건드려
용기를 주신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