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불륜 확실히 결론 내렸어요
어린 시절부터 제 인생을
딱 한 단어로 표현을 해보자면
그야말로 '평범'이었어요.
크게 몸이 아프거나 우울한
일도 없었고 특별이 내 앞길을
막은 사람이나 사건도 없었어요.
적당히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나
적당히 좋은 학교, 적당히 스트레스
주는 직장 들어가서 적당히
괜찮은 남자 만나서 결혼까지
하게 되었죠.
아니, 지금 생각해 보면
적당히 괜찮은 '줄' 알았던
사람이겠네요.
결국 그 사람은 불륜을
저지르고 말았으니까요.
저는 평범한 삶을 죽을 때까지
유지하면서 살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해 왔어요.
그냥 그게 내 운명이려니
생각하고 어쩔 때는 심심하기도
했지만 사실 요즘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렵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참 기깔나게 운이 좋다고
생각하기도 했었어요.
그냥 그렇게 특별히 운 나쁜 일
없이 살아 왔는데 어느 순간
남편의 불륜으로 결론을 짓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이
찾아 오고 만 것이에요.
발단은 제가 한 겨울
빙판길에서 사고가 나
한 달 정도 입원을 해 있던
시기쯤이었어요.
어찌 보면 사고가 난
순간부터 제 인생의 기점이
모두 바뀐 건 아닌가 싶네요.
어쨌든 저는 꼬리뼈를 다쳐
입원을 하게 되었고, 남편의
극진한 병간호를 받으면서
별로 힘들지 않게 지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여자의 촉이란 게
있는 법이잖아요.
퇴근을 하면 항상 집보다
먼저 병원에 들르고
들러서도 하루 일과를
쫑알쫑알 말하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야근이 생겼다, 회식이 있다는
말로 점점 병원에 들르는
횟수가 줄어들고, 들러도
잠깐 왔다가 얼굴 보고
피곤하다며 다시 가는
식이었어요.
솔직히 서운하기도 했지만
어찌 보면 그렇게 한 달을
내내 크게 다치지도 않은
저를 간호한다는 건 힘든
일이긴 하니까 그냥 이해했어요.
그러다 본격적으로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한 건 남편이
병원에 찾아온 어느 날이었어요.
그 날은 유독 남편에게
전화가 참 많이 왔는데,
그냥 전화를 받고 제가 앞에
있든 없든 문자를 하던 사람이
딱 한 전화만 나가서 받더라고요.
그때 뭔가 느낌이 왔어요.
저건 분명 여자다.
그래서 남편이 들어왔을 때
넌지시 물어 보았답니다.
누구냐고 하니까 잠깐
머뭇하더니 회사 여자 동기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제가 의심을 하는 것
같으니 핸드폰을 꺼내 보여주며
저장명을 보여주는데 정말
00팀 000라는 이름으로 건조하게
저장이 되어 있었어요.
요즘 야근이 많고 팀 프로젝트가
있는데 마침 내일이 발표라서
관련한 일로 연락을 한 거라고
정말 그럴듯한 이유를 대기에
그러려니 이해했어요.
무엇보다도 그때는 제 배우자에
대한 신뢰가 넘쳐났던 것 같아요.
내가 안 믿으면 누가 믿겠냐는
식의 근거 없는 자신감마저도
있는 시기였죠.
저는 그렇게 끝까지 병원밥
잘 먹고 케어 잘 받으면서
퇴원을 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그때부터 본격적인
제 인생의 불행은 시작됐네요.
일단 남편은 제가 돌아와도
계속해서 야근과 회식으로
점철이 된 매일을 보냈어요.
너무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이
저도 모르게 들었지만
큰 내색은 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일단 개인적으로는 쿨한 와이프
코스프레를 좀 하고 싶었고,
일하는 만큼 돈을 벌어오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또 바쁘단 사람에게
일을 줄여라, 나랑 시간을
보내자 할 수도 없잖아요.
무슨 애도 아니고 말예요.
그래서 이해하고 또 이해하며
넘어간 시간이 세어 보니까
세 달이더라고요.
결정적인 불륜 문제는
남편과 오랜만에 둘이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카톡이 울리면서 일어났어요.
원래 같으면 그러지 않을
사람인데 그 날은 유난히
상 위에 있는 핸드폰을
재빠르게 뒤집더라고요.
그 느낌이 딱 이상해서
핸드폰을 좀 보자고 했어요.
처음엔 죽어도 싫다더라고요.
그런데 몇 개월 전 병원에서
전화를 받은 일도 있고 해서
지금 결론을 내야겠다 싶었어요.
핸드폰을 달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주는데
정말 아직도 눈 앞이 아찔하네요.
남편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이름은 그때 그 여성 동기라는
사람과 똑같았어요.
그런데 그 뒤에 하트 이모티콘이
떡하니 붙어 있는 거예요.
이게 뭐냐고 물었죠.
그러니까 그 사람이 아무 말도
못하는 거예요.
그 말로만 듣던 불륜을
내가 겪게 생겼으니 열이
받지 않을 수가 있나요.
담판을 짓자는 생각으로
더 따져 물었더니 결국
술술 불더라고요.
마침 제가 입원을 하던
그 시기부터 눈이 맞아
만남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제 막 6개월 되어 간다고요.
참 눈 앞이 섬멸하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싶더라고요.
그 길로 저는 남편을 집에서
내쫓고 비밀번호를 바꿨어요.
어차피 제 명의로 된 집이었고
배우자의 짐만 다 빼내서
쥐여 주고 내보냈어요.
그리고 저의 지옥같은 생활도
동시에 시작되었죠.
한 순간에 저는 남편의 불륜으로
좋지 못한 결혼 생활의 종지부를
찍게 된 여자가 된 거예요.
평범하기 그지 없었지만 나름
만족스러웠던 제 인생이 그냥
정말 한 순간 부정 당하는 느낌이라
그 절망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정도였네요.
쫓겨난 배우자는 처음 며칠은
집 앞에 찾아오기도 하고
전화기에 불 날 정도로 전화를
하기도 하더니 점점 뜸해졌어요.
그저 내가 풀릴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을 남겨놓고 말이죠.
솔직히 배우자에게는 정말
냉철하게 대하고 쫓아냈지만
제 마음까지 냉철할 순 없었어요.
세상 어느 여자가 남편의 불륜
앞에서 냉철하게 결론을 짓고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있겠어요.
혼자서 울고, 술 마시고 그러는
시간이 너무 길어졌어요.
너무 열이 받아 친구를 불러다 놓고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친구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지금 이렇게 남편의 불륜 때문에
혼자 고민하고 결론 지을 게 아니라
자신이 아는 정말 용한 점집이
있으니까 한 번 가보자고요.
한국무속신문사가 인정한
모범 무속인으로도 뽑혔다면서요.
처음에는 배우자가 바람 났는데
무슨 점집을 가고 신점을
보냐고 타박을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뭔가 너무 이상하게
상황이 돌아가는 것 같아서
결국 친구 말에 동의하고
함께 찾아가 보기로 했어요.
그 동안 몇 번 생각 없이
터덜터덜 지인들 따라 점집을
가보긴 했지만 정말 제 사연을
갖고 가는 건 처음이라
좀 긴장이 되고 떨렸어요.
예약한 후 방문을 했는데
일단 너무 친절하게 맞아주셔서
참 기분이 좋았고요.
얼굴 보자마자 남편의 불륜으로
결론을 짓고자 온 사람처럼
보인다는 식으로 말씀을 해서
정말 까무러치게 놀랐네요.
그때부터는 여기다 싶어서
정말 마음 터놓고 제 얘길
털어놓기 시작했어요.
시기적으로 너무 안 좋은
때에 사람을 만나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정말 내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위로가 되더라고요.
지금까지는 오롯이 제 문제라는
생각, 그리고 내가 아니면 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
또 웬만한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순간이 찾아 오니까
사람이 그야말로 멘탈이
완전히 붕괴가 되었던 거죠.
아마 이 시기에 신점의
도움을 받지 못했으면
저는 술만 마시다가 진짜
어떻게 됐을지도 몰라요.
남에게 티를 내지 않는 아픔은
혼자 있을 땐 더 요란하게
나타나는 법이거든요.
다행히 친구가 그 신호를
읽고 저를 이곳에 데려오게
된 것이지만요.
결과적으로는 이 친구에게
너무 고맙고 감사하네요.
이 날 정말 많은 얘기를
들었고, 인생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무릎을 탁 칠 해결법을
들어서 그렇게 살아보기로
하고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끝으로 나왔어요.
그리고 결론을 말씀 드리자면
남편의 불륜은 어떻게 종결이
나든 이제는 저와는 상관 없는
사람이 되었답니다.
마음을 다 정리한 저는
배우자와 이혼을 선택했고
훨씬 가뿐한 삶을 살고 있어요.
물론 힘들긴 했지만 선생님께서
이야기해주신 좋은 시기가 올 거란
말을 믿고 지냈어요.
그렇게 살다 보니까 어느 순간
또 눈 앞에 좋은 사람이
짠 멋지게 나타나더라고요.
지금은 정말 그 집에 찾아가길
잘했다는 생각뿐이에요.
친구의 권유를 무시하고 안 갔다면
저는 그 사람을 다시 용서했을 수도
모르는 척 살아갔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딱 제 인생에 맞는,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그렇게 사는 건 독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편의 불륜에 대한 결론은
이렇게 끝이 났답니다.
하지만 제 인생은 끝난 것이
아니고 이제 시작이죠.
여러분도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인생 끝이라고만
여기지 마시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조언을 한 번 받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