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와서 그런지 마음이 싱숭생숭한 요즘이에요. 요즘 환경적으로도 그렇고 정신적으로도 힘든 상태여서 여러모로 복잡한 마음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싶어 용하다고 소문난 강남점집을 방문하게 되었어요.
정말 내 마음을 꿰뚫고 정답을 알려줄 수 있는 곳이 필요했거든요. 특히 요즘 지인에게도 쉽게 말 못할 고민이 생겼기에 그냥 편하게 상담이라도 받자 싶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찾은 곳이었죠. 많은 사람들이 후기도 남긴 곳이고 입소문도 많이 난 곳이라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인터넷의 익명성을 빌려 잠시나마 고민을 털어 놓자면 저는 얼마 전 새로 이직을 했는데 전 직장과는 다른 보직으로 업무를 맡게 된 터라 꽤나 고생을 하고 있었어요. 적응도 잘 되지 않았고 동료 중에서도 나이가 어린 편이라 이리저리 많이 치였거든요.
아무리 직장을 옮긴 지가 얼마 안 되었다고는 하지만 신입도 아니고 경력직인데 포지션이 조금 바뀌었다고 헤매는 제 모습에 스스로 실망도 하고 힘들었어요. 잘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니까 더 스스로 마음을 갉아먹었던 것 같아요.
괜히 직원들도 저를 무시하는 듯하고 힘들었던 와중에 제 마음을 이해하고 잘 챙겨주는 분이 계셨는데요. 나이 차이는 좀 나지만 소위 말하는 꼰대 기질도 없고 학교 선배처럼 자상하게 도움 주시고 모르는 부분을 잘 알려 주셔서 정말 의지가 많이 되었거든요.
처음에는 아무래도 상사니까 어려운 구석이 있었는데 점점 편해지기도 하고 아무래도 의지가 많이 되어서 그런지 친오빠처럼 따르게 되었어요.
그러다 문득 깨닫게 된 게 힘들 때 도움을 많이 받아서인지 점점 저도 모르게 마음을 많이 주고 있었더라고요. 하지만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람이라 마음이 더 아팠어요. 이미 결혼도 오래 전에 하셨고 아이도 있는 분이셨으니까요.
강남점집을 찾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어요. 저만 마음을 접으면 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좀처럼 그게 쉽지 않았거든요. 가능성이 절대 없는 사람을 마음에 두게 된 건 처음이라 많이 당황스럽기도 했고요.
그래서 따끔한 질타를 받든 미래에 찾아올 내 짝에 관한 이야기를 듣든 지금 괴로운 이 상황을 어떻게든 헤쳐나가고 싶어서 찾게 된 곳이에요. 저는 서울 동부권에 사는데 굳이 여기까지 찾아간 이유는 그만큼 괜찮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였어요.
점집은 처음 가는 거라서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방문했는데 막상 가 보니까 긴장이 엄청 되더라고요. 처음 느껴보는 신당 분위기에 마구 압도당하는 느낌이었어요. 드라마에서만 보던 곳을 직접 가니까 또 감회가 새로웠고요.
밖에서 조금 대기한 후에 들어갔는데 선생님께서 엄청 온화한 얼굴로 따뜻하게 맞아주셨어요.
무섭고 엄한 분일 거라고만 생각하고 간 것이 무색하게 엄청 따뜻하게 웃어주셔서 마음이 싹 풀리는 느낌이었어요. 왜 이렇게 긴장한 얼굴이냐며 편하게 앉아서 이야기하라고 하시는 모습에 긴장감은 내려놓고 정말 무언가에 홀린 듯이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사실 이렇게 마음앓이를 한 지는 몇 개월이 지났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티도 못 내고 주변에 말도 못 하는 상황이라 답답한 마음을 혼자 갖고 있다 보니 물 만난 물고기처럼 술술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었어요. 제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먼저 어떤 말을 하지는 않으셨지만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눈빛에 더 맘놓고 얘기했던 것 같네요.
제가 제일 힘들었던 것은 마음을 접으려고 해도 매일 가는 직장에서 매일 만나니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거리를 좀 두고 지내려 해도 갑자기 그렇게 태도를 바꾸면 누가 봐도 이상할 것 같고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게 대하자니 그건 그거대로 힘들었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포함해서 여러 이야기를 계속 늘어놓았는데 강남점집 선생님께서는 제 말을 귀를 기울이고 잘 들어주셨어요. 마음이 많이 답답했던 터라 이것만으로도 이미 상담을 받은 듯 엄청난 위로로 다가오게 되었네요.
그런데도 이따금씩 이 곳이 신당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듯 제가 말하지 않은 부분을 먼저 알고 언급을 하신다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말씀드리기는 좀 그래서 굵직한 것만 말씀드렸는데 그와 얽힌 부분들을 다 알고 얘기하시니까 소름이 돋더라고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것은 미신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곳에 방문하고 나서는 그런 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무슨 영화를 보는 것처럼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일산점집에서는 제 일들에 대해서 조언도 아낌없이 주셨어요. 제 연애운과 관련한 것들이었는데 제 기운이 지금 약해진 상태라 다른 쪽으로 기운이 엇나갈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어쨌든 사람 인연이라는 것이 무시할 수는 없어서 상대방과 나와 인연이 있으니까 만난 것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저의 운이 지금 좋지 않다고 하셨어요.
사람의 기운이 약해지면 잡생각이 몰려들듯 나를 해하는 주변 기운이 올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럴 때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내 일과 상황에만 몰두해야 화가 없을 거라면서요.
생각해보니까 제 마음이 지금 싱숭생숭한 것이 짝사랑 때문만이 아니라 직장과도 관련이 있긴 하더라고요. 일단 빠르게 이직을 하게 된 것도 저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망설임 없이 선택한 것인데 첫 직장에서 너무 경험을 쌓지 않고 회사를 옮기는 바람에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 된 것 같았거든요.
첫 직장에서 적응을 할 때쯤 이직을 하게 된 것인데 하필 업무도 바뀌는 바람에 전부 잘 하려고 하다 보니까 이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제 운도 하락세를 보이는 것이지만 이직한 회사의 운과도 그 시너지가 있어 더 마음이 싱숭생숭한 것이라고도 강남점집에서 말씀해 주셨어요. 지금 제 마음이 결혼한 상사를 좋아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서 전체적인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까 갑자기 뒷통수를 세게 맞은 것처럼 정신이 드는 느낌이었어요. 이런 고민을 처음 털어놓아 그런지 아니면 선생님께서 제 마음을 잘 알아보셔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정말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닌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시니까 그게 그렇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사실 이 곳을 와서 뭔가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마음이 주체가 안될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을 내심 걱정한 것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오히려 이 문제에만 국한된 게 아닌 좀 더 넓은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시고 조언을 해 주시니까 너무 마음이 편안했어요.
게다가 마치 저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분처럼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맞추면서 말씀하시니까 더 신뢰가 많이 갔어요. 다른 곳이 아니라 여기를 찾아오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사람들이 마음이 힘들다고 강남점집을 찾아오는지 그 마음이 백분 이해가 되었어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곳인데 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조언을 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앞으로의 직장운과 연애운도 말씀해 주셨는데 내년 즈음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될 기회가 몇 번 찾아올 거라면서 오히려 그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제가 알아볼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 지금 마음은 지나가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너무 조급하게 마음을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유부남에게 이런 감정을 갖고 있는 제가 너무 불온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하루 빨리 이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여기에만 온 신경을 몰두하고 있었는데요.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힘들었던 제 상황에 충분히 올 수 있는 감정이라는 생각도 들고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또 지금은 조금 힘들지만 올해 말부터 운이 조금씩 풀리면서 직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고 점점 더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들으니까 잠시 방관했던 업무에 더 몰두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강남점집 용화암에서 정말 현실적이고 족집게같은 조언과 위로를 받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진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미래에 대한 알 수 없는 자신과 확신도 들게 되었어요. 진작 찾아올 걸 왜 몇 개월 동안 마음고생을 했을까 싶더라고요.
도의적으로 옳은 일이 아니니 자책을 하기도 했었는데 무조건적인 질타를 하시거나 그렇다고 막 좋은 말만 해 주시지도 않아서 더 도움 된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 동안 자신을 정말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좀 더 자신을 사랑하고 마음을 돌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