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집 다녀왔는데 아내가 의심스럽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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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암
일산신점 용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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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아직 토끼 같은 자녀는
없지만, 천사같은 와이프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요.
매일 아침 아내가 해 주는 아침을
먹고 다려준 셔츠를 입고 출근하는
것이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네요.
사근사근하면서도 가끔은 유쾌한
사람이라 권태기가 올 틈 없이
내내 즐겁게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른다고 하죠.
제 인생에 이렇게 꽃다운
아내의 바람이 문제가 될 줄이야..
사실을 알게 된 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망설인 채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갑갑하고 고민돼서
참 힘겹고 괴롭네요.
처음에는 상상도 못 했었어요.
그렇게 사랑스럽고 저에게
매진하는 사람이 다른 상대가
생겼다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전 평생 우리가 잘살 줄 알았죠.
알게 된 건 일산점집 에 찾아간 것이 계기였어요.
승진을 앞두고 고민이 많은 제게
저희 엄마가 추천을 해줬던 곳인데
한국무속신문사가 선정한
모범무속인이라고 하더라고요.
까다로운 엄마가 만족할 정도면
꽤 괜찮은 곳인 것 같아
개인적으로 방문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아내의 바람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된 거죠.
일단 일산점짐 용화암의
첫 이미지는 참 좋았어요.
저는 이런 곳을 잘 안 다녀봐서
조금 거림칙스럽기도 했는데,
막상 가 보니 거부감보다는
오히려 편안함이 느껴졌었죠.
보살님도 친근한 표정과 온화한
인상이셔서 마음이 놓였어요.
자리에 앉아서도 차근차근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물어봐 주셨고 저도 긴장을 풀며
대답을 잇기 시작했어요.
승진에 관해 여쭤봤더니
신점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기분이 들떴어요.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이야기에
표정이 굳을 수밖에 없었죠.
승진은 걱정 말고 아내의 바람이나
잘 잡으라는 소리를 하셨거든요.
제겐 마른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은 말씀이었어요.
순간 머릿속에 이번엔 엄마가
잘못 고르신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지고지순한 아내가 무슨 불륜이며
눈치가 제법 빠른 저도 의심이라곤
일절 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이
들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어요.
얼굴에 의심과 분노를 덕지덕지
붙인 저를 본 일산점집 용화암
보살님은 그저 제가 진정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실 뿐이었어요.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다가
드디어 입을 뗀 첫 마디가
'말도 안 됩니다.'였어요.
그야 저에게는 소설 속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이 불륜이었거든요.
한눈에 반한 후 연애 3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하기는 했지만,
아내의 진실성과 인간성을
충분히 믿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 착한 사람이 바람을 피울 수는
없다는 게 제 생각이었죠.
머릿속으로 펼쳐진 회고록을
다 읽으신 것처럼 가만히 계시더니
아내가 여우 중의 여우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사람을 참 잘 홀린다면서요.
본인 앞에서는 천사 같고 순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어떤
사람이 될 줄 모른다며
뒤늦게 후회하기 전에 일단
아내의 바람부터 신경 써서
갈무리하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는 속에서 분노와 슬픔, 의심,
황당함, 곤란함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면서 일단은
점집 용화암을 나오게 됐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 말씀이
거짓일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죠.
그렇게 기묘하고 이상한 주말을
보낸 후 똑같은 평일이 찾아왔어요.
주말 내내 머릿속에 '불륜'이라는
단어가 맴돌았고, 사랑스럽기만 하던
아내의 모습도 의심되기 시작했어요.
와이프는 결혼 후 회사를 퇴직하고
오롯이 집안일과 취미 생활에
매진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월요일은 미술 학원에 가는 날이라
아침부터 둘 다 분주했었죠.
퇴근하기 전에는 별다른 일이
없으면 연락하지 않는 습관이 있어
퇴근했다는 것으로 첫 연락을
하는 때도 종종 있었는데,
의심 때문인지 그날따라
전화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점심시간을 틈타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더니 받질 않았어요.
평상시 휴대전화를 몸에서 떼지 않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내내
연락이 닿지 않더라고요.
몇 번을 전화해도 받지 않았어요.
이 시간이면 학원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도중일 텐데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죠.
세 통을 걸어도 받지 않는 아내가
원망스럽고 의심되기 시작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없는 동안
누구를 만나며 어떤 걸 하는지
들어본 적이 없었더라고요.
흔한 친구에 관한 이야기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고
만나본 적도 없었어요.
아내에게 푹 빠져 살아서
그런 걸 생각할 틈도 없었네요.
점집 용화암에서 그런 이야길
들은 게 발화점이었던 것 같아요.
아내의 모든 행동이 의심되기
시작하여 매일 점심시간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었죠.
연락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수업 중 무음으로 변환해 놓고
운전을 하고 있어서 몰랐다,
라며 변명을 했었는데 휴대폰을
내내 보는 아내를 아는 저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을 수밖에요.
매일 같이 전화를 걸던 것이
어느덧 한 달을 채워갈 때쯤,
꼬박꼬박 연락을 받아
'집으로 가는 중이에요.'라고
말하는 아내 덕분에 의심도
제법 풀려가던 중이었어요.
문제는 그 날이었죠.
평소처럼 전화를 걸었는데
또 연락을 받지 않더라고요.
끈질기게 여러 통을 건 끝에
드디어 연락이 닿았는데요.
웬 남자 목소리가 들렸어요.
전화가 연결된 걸 모르는 건지
여자와 남자의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렸고
애정 가득 담긴 말들을
서로 주고받고 있었죠.
저와 대화할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말투와 목소리에 저는
어안이 벙벙해졌어요.
사랑해, 라고 속삭이는 그 말이
낯설면서도 익숙했죠.
아내의 바람이 결국 맞았어요.
점집 용화암 보살님의
말씀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거죠.
넋을 놓은 채로 대화를 듣다가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녹음을 시작했어요.
순수하고 청량하기만 했던 아내가
능수능란한 여성이 되어
낯선 남성과 이야기를 하는 소리는
충격적이고 슬프게 다가왔어요.
그 긴 시간 동안 휴대전화 한 번
볼 생각이 없더라고요.
30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그들의 대화를 녹음한 후
떼어지지 않는 다리를 이끌어
업무에 복귀했어요.
사실 그날은 무슨 정신으로
일 처리를 했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집으로 귀가하는 길,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불같이 화를 내야 하는지,
믿지 못하겠으니 당장 그 남자를
눈앞에 데려오라고 해야 하는지,
그저 막막할 따름이었어요.
무거운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자
평소처럼 밝은 미소와 반가움으로
저를 맞이해주는 아내가 있었어요.
이 얼굴 때문에 항상 일찍
퇴근하고 싶었었는데, 이제는
낯설고 무섭게만 느껴졌어요.
여느 때처럼 같이 웃어주지도,
안아주지도 않는 저를 본 아내의
표정이 의아하게 바뀌었어요.
어디 아프냐고 묻는 소리에도
저는 대답할 수가 없었죠.
저녁 식사도 무른 채 소파에 앉아
아내에게 이야기를 꺼냈어요.
사실 저번 달 주말에 엄마 권유로
점집 용화암에 갔었던 일,
그리고 승진에 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었던 것을 말이죠.
그랬더니 해맑게 웃으며
잘 됐다고 손뼉을 치더라고요.
그 얼굴을 가만히 보며
보살님이 아내의 바람을 조심하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을 꺼냈어요.
손뼉 치는 그대로 굳은 아내가
눈만 돌려 저를 바라봤어요.
그리고는 처음 보는 표정으로
싸늘하게 굳어 지금 자기를
의심하는 거냐고 되묻더라고요.
여태껏 보여준 모습으로는 자신을
믿기가 어려웠냐며, 굳이
본인에 대한 신점을 봤어야 했냐고
되레 화를 내기 시작했어요.
언성을 높인 것도 처음이었죠.
화내는 내내 얼굴을 유심히 봤는데
제가 아는 아내가 아니었어요.
눈에는 독기가 흐르고 입매는
비틀어진 채 저를 쏘아봤죠.
천사 같던 이미지가 와장창 깨졌어요.
계속 쏘아붙이는 그녀의 앞에
그녀와 상대의 목소리가 들리는
녹음 파일을 재생시켜 놓았어요.
처음에는 신경을 쓰지 않다가
점점 귀를 기울이더라고요.
점점 동공이 확장되는 아내를 보며
이제는 빼도 박도 못 하는 사실이
되었구나, 라는 게 실감 나더랍니다.
한참 뒤 그녀도 도망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사실 미술 학원의 한 강사와
만나기 시작했다는 것,
연하에 저돌적이라 마음을
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
하지만 가정은 이어가고 싶다는
것까지 솔직히 털어놓았어요.
뒤통수가 얼얼하더라고요.
점집 용화암이 아니었다면
저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아내의 바람을 몰랐을 거예요.
이혼을 해야 할지 가정을 이어가야
할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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